• Culture
  • Career
  • Refresh
  • Space

'simplification' (6건)


<혼창통>의 저자인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이지훈 편집장은 얼마 전 <단>이라는 새 책을 펴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과잉의 시대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세 가지입니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것. 이지훈 편집장이 만났던 세계적 기업과 석학들의 메시지를 통해 단순함에 대한 그의 강력한 지론을 들어 봤습니다.





과잉의 시대, 독보적으로 사는 법


이지훈 편집장은 먼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인터뷰를 예로 들며 과잉의 시대에 대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앞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금의 TV는 HD 영상 화면으로 아주 크고 구석구석까지 잘 보이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는 자신이 점점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 돼 버렸다고 해요.”


너무 많은 양이 오히려 질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잉으로 세밀하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감독





양 대신 질에 집중하려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를 결정해야 합니다. “요즘엔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있다더군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책을 쓴 곤도 마리에는 ‘무엇을 버릴까’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세요. 인생은 살아가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지금 당신을 빛나게 하기 위해선 당신의 주변을 빛나는 물건으로 채워야 합니다. - 곤도 마리에, 정리 컨설턴트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과 정보로 둘러싸인 복잡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지훈 편집장은 개인, 기업, 지구적 차원에서 더욱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으며 복잡성은 ‘조용한 암살자’와 같다고 말합니다.


조직이 커지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순화는 직원들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맞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함께 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조직을 더 날렵하게 만들고, 관료주의를 없애고, 시장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을 뜻합니다. -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단순함




어쩌면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단순해져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단순해지길 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왜 선뜻 실천하지 못할까요? “사람들은 선택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택을 포기하는 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입니다.”


40년 이상 사업을 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리더들이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기를 원합니다. 선택은 경영자에게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고, 꼼짝 못하게 하고,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 A. G. 래플리, P&G CEO


그는 고수일수록 단순해지는 법을 안다고 했습니다. 하수는 드러내고 고수는 감춥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잘 버리는 기술입니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만 해도 꼭 필요한 내용 외에는 빼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명확한 주제를 드러내는 자기만의 논점과 관점을 세워야 하죠. 이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버려라’와 ‘세워라’입니다.”





공급 과잉인 이 시대의 생존법은 더 이상 총소리에 맞춰 행진하는 것이 아닙니다. 총소리와 떨어져서 행진하십시오. - 에드워드 윌슨, 진화생물학자이자 개미연구가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세울’ 때는 총소리와 떨어져 행진합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을 어필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두려움을 과감히 버리세요.” 그는 ‘세우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동시에 ‘지키기’ 위한 세밀한 구조를 만들라고 조언했습니다.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실행력을 점검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저절로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단단한 기준을 세우는 겁니다. 또 변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굳은 정체성과 능동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합니다.





바꿔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 - 자동차회사 포르쉐의 디자인 모토


이지훈 편집장이 만났던 권위 있는 학자들과 경제계 인사들의 메시지를 통해 단순함에 대한 그들의 통찰력과 믿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단의 공식’. 이렇게 단련된 단순함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현명한 생존 법칙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혁신의 노하우는 단순화다




위클리비즈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컴맹’이었다는 사실이다. 후배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러 찾아갔을 때 그의 연구실에도 컴퓨터는 없었다. 오래된 녹음기와 공테이프만 수북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는 평생 컴퓨터를 배우지 않았다. 책을 쓸 때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펜으로 공책에 쓴다. 그 다음 작성한 내용을 읽어 테이프에 녹음한다. 그 테이프를 들으면서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건 비서의 몫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컴퓨터를 쓰지 않는 것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컴퓨터는 엄청난 시간 낭비입니다. 물론 비서가 없었다면 저도 컴퓨터를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유능한 비서를 둔 덕분에 전 매일 이메일을 체크하며 쓸데없는 스팸 메일을 지우거나 비아그라 광고를 볼 필요가 없어요.“ 그럼 그는 그 시간에 과연 무엇을 할까. 그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책을 한 자라도 더 보고, 아들들과 이야기를 나누죠.”




다이아몬드 교수는 단순한 삶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에게 단순화란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사소한 일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에게 단순화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흔히 단순화하면 기업의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연상하기 쉽다. 그래서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화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단순화란 정태영 사장이 말했듯 “누더기처럼 과도한 프로세스나 회의, 보고, 일의 방법, 조직 등을 다시 검토해 쓸데없는 일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따라서 일이 줄어들면 직원들이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PPT 안 쓰기 캠페인, 긴 보고서 대신 전화 · 이메일 보고 일상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직원 1인당 업무시간이 연간 30시간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휴가 사용률이 전년 대비 11.4% 높아지고, 퇴근시간은 23분 앞당겨졌다. 다시 말해 단순화란 농업적 근면성을 창조적 근면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 역시 2014년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차 보고서에서 “GE의 진보는 단순화를 통해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그 해 화두로 ‘단순화’를 내걸었다. 그는 단순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직이 커지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단순화는 직원들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맞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함께 하도록 돕는 도구다. 조직을 더 날렵하게 만들고, 관료주의를 없애고, 시장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 조직에서 단순화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조직이 커지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업무가 조직이 애초 만들어진 목적에서 괴리되기 쉽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에게 환자가 종(從)이 되고, 서류 처리가 주(主)가 되는 경우다. 실제로 간호사의 활동의 절반은 환자 간호와는 거의 상관없는 일들에 소비된다. 또 영업사원은 활동 시간 가운데 3분의 1을 고객 방문보다는 보고서 작성에 소비한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직무 충실화가 아니라 직무 궁핍화”라고 꼬집었다.

단순화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기업은 이케아(IKEA)다. 지난해 한국은 이케아의 상륙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이케아는 2013년 매출이 한화로 약 40조원에 달했다. 그 놀라운 성공의 비결은 단순화에 있었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책으로 만들었다. 1973년에 낸 『어느 가구상의 유언 A Furniture Dealer’s Testament』과 1996년에 만든 『작은 이케아 사전 A Little IKEA Dictionary』이 그것이다. 이케아 사전은 18개의 단어에 대해 이케아 만의 정의를 내리는 데 항목에 ‘단순화’가 포함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단순화란 단어 뒤에 숨은 키워드는 효율성, 상식,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한다면, 복잡한 해결책을 피할 수 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적고 지시사항이 짧을수록, 지키기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설명이 단순할수록, 이해하고 실행하기 쉬워진다.” 이케아 사전은 또 단순화의 적인 ‘관료주의’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회사가 관료주의에 빠져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이케아 사전은 다음과 같은 점검의 질문을 던진다. “혹시 회의를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는 않는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10명 이상이 모이지는 않는가? 15명 이상의 직원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가? 읽지도 않는 일일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한 가지라도 ‘그렇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관료주의 문제의 일부가 된 것이다.”



단순화의 핵심은 지속가능에 달려 있다. 단기간의 구호나 전략에 지나지 않는 단순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체화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겐 각인되지 못하는 또 한 번의 헛된 약속일 뿐이다. 현대카드의 단순화 캠페인이 조직의 확고한 DNA로 자리잡아 복잡성의 늪에 빠진 다른 기업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Writer. 이지훈

위클리비즈 편집장




[인포그래픽] 복잡한 업무도 심플하게! Simplification

[경영방침] Work Simple! 현대카드·현대캐피탈 25만 시간을 단축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현대카드·라이프·캐피탈·커머셜(이하 현대카드)는 파워포인트가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림은 물론 깊이 있는 생각을 방해한다는 지적과 반성에 따라 ‘ZERO PPT(파워포인트)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능률적인 부분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자는 2014년 전사적 과제 ‘Simplification’과 궤를 같이 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각 기간 해당본부는 월별 ZERO PPT를 시행하고 있죠. 7월 동안 Brand본부와 Auto사업2본부가 PPT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8월에는 라이프와 경영지원본부, 9월에는 커머셜과 리스크본부 등에서 PPT가 차례로 사라졌습니다.

캠페인 기간 중 PPT 금단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을까요? 보고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던 PPT가 사라진 자리는 이메일과 구두, 워드와 엑셀이 차지했으며, 무엇보다 ‘PPT 없이도 보고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디자인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함을 느꼈다’고 대답한 직원들의 인식변화가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는 평입니다.

 

현대카드·라이프·캐피탈·커머셜(이하 현대카드)는 파워포인트가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림은 물론 깊이 있는 생각을 방해한다는 지적과 반성에 따라 ‘ZERO PPT(파워포인트)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능률적인 부분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자는 2014년 전사적 과제 ‘Simplification’과 궤를 같이 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각 기간 해당본부는 월별 ZERO PPT를 시행하고 있죠. 7월 동안 Brand본부와 Auto사업2본부가 PPT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8월에는 라이프와 경영지원본부, 9월에는 커머셜과 리스크본부 등에서 PPT가 차례로 사라졌습니다.

캠페인 기간 중 PPT 금단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을까요? 보고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던 PPT가 사라진 자리는 이메일과 구두, 워드와 엑셀이 차지했으며, 무엇보다 ‘PPT 없이도 보고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디자인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함을 느꼈다’고 대답한 직원들의 인식변화가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는 평입니다.


 

출처: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 2014 Vol.2



[인포그래픽] 복잡한 업무도 심플하게! Simplification

[경영방침] Work Simple! 현대카드·현대캐피탈 25만 시간을 단축하다

[전문가 칼럼] 현대카드 PPT를 버리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 현대카드·라이프·캐피탈·커머셜(이하 현대카드)에서는 ‘ZERO PPT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회의나 보고서 작업할 때 주로 사용하던 PPT 사용을 금지시킨다는 것이다. 독특한 고유의 글씨체를 개발하고, 업계의 흐름뿐만 아니라 광고계의 판도를 바꾼, 예술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업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현대카드에서 도대체 왜 이런 캠페인을 시작한 걸까?


2014년 전사적 과제 중 하나로 ‘Simplification(단순화)’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 흐름과 궤를 같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하필 PPT에 주목했을까? 도대체 PPT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기에 그런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인지. 그건 아마도 PPT가 가져올 수 있는 인지적 오류, 그리고 그로 인해 핵심과 본질이 아닌 겉모습과 부차적인 것에 매달리게 되는 인간의 어이없는 착오에 대한 경고는 아닐까.





현대카드에서는 7월 한 달간 Brand본부와 Auto사업 2본부에 대해 PP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8월부터는 라이프와 경영지원본부, 9월은 커머셜과 리스크본부 등에서 PPT가 차례로 사라지게 된다. 물론 PPT 금단 현상이 없지는 않겠으나, 그 자리에 이메일과 구두 보고, 워드와 엑셀을 활용한 보고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어 ‘PPT 없이도 보고할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깨달음과 ‘디자인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직원들이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는 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 하면 파워포인트를 떠올리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했다. 대신 6쪽 분량의 메모로 사안을 ‘기술’할 것을 요구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Kara Sandberg)도 마찬가지. 그녀는 직원들에게 “나와 미팅할 때는 PPT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이나 계속 PPT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결국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앞선 두 사례처럼 PPT가 비단 현대카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따라잡기 열풍이 일어나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그의 동영상을 보고 벤치마킹했던 적이 있다. 그 역시 백그라운드를 활용했으나(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자사 제품인 Keynote를 사용) 스티브 잡스가 탁월했던 점은 ‘본질’과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그의 프레젠테이션 목적은 첫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 둘째, 최대한 흥미를 고도로 끌어올린 다음 셋째,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게 하고, 넷째, 그 이야기에 설득 당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백그라운드는 단순히 트리거(trigger)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가 암 투병 중 파워포인트를 활용해서 병세를 설명하는 의사를 심하게 꾸짖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PPT 작업을 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듬기보다 표현하고 싶은 그림이나 도구 하나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단순한 동그라미 하나를 조금 색다르게 보이게 하고 싶어 반나절 이상 각종 자료를 뒤졌던 경험이 있다. 물론 PPT가 가진 장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SNS를 할 때 수십 줄의 글이 아닌 이모티콘이나 기호 등으로 더 큰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분명 있을 테니까. 다만 PPT가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대로 이해하냐는 것이다.



(좌) animg.com, (우) EDAWARDS



위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진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맞혀보자. 먼저 좌측의 사진. 혹 ‘회색 티셔츠를 입은 대머리 남자가 음악을 듣고 있네’라고 생각했는가?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자. 이번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정답은 누군가의 손가락. 우측 그림은 어떤가? 만약 하얀색 슬리퍼(flip-flop)로 보였다면 혹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 했던 속내가 투영된 건 아닐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카콜라 로고가 박힌 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게슈탈트의 ‘전경’과 ‘배경’ 효과를 테스트한 것으로 전경은 먼저 떠오른 형상, 배경은 전경 이외의 형상,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배경과 사물을 분리해서 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을 말한다. 이는 ‘전체는 부분의 총합 이상의 것’이라는 우리 인지의 맹점을 통쾌하게 짚어준다. 동일한 그림을 보고도 아무 생각 없이 처음 눈길을 주었을 때와 다시 주의 깊게 보았을 때 그림의 실체가 각기 다른 결과로 떠오른다면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며 그림에서 말하려는 의도는 제대로 파악했을까? PPT 역시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가 보는 사람의 인식 수준에 따라 재해석되니, 인식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맹점이 있음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2003년 2월,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던 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파워포인트에 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컬럼비아호가 지구에서 우주로 이륙할 당시 연료탱크에서 서류가방 크기의 단열재가 떨어져 나왔고 왼쪽 날개 방열판에 충돌해 결국 폭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NASA의 ‘잔해 평가팀(Debris Assessment Team)’ 소속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통해 그 같은 손상이 컬럼비아호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평가했다. 결과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통해 미션 평가실(Mission Evaluation Room)에 보고됐고, 슬라이드에는 떨어져 나온 단열재로 인한 위해성 여부와 함께 ‘significant(중요)’라는 표현이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강조돼 있었다. 하지만 그 표현이 슬라이드 맨 아래쪽에 위치해 있거나 다른 내용들에 가려져 평가단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 결국 미리 조치를 취하고자 총력을 기울였던 노력은 방대한 양의 PPT 보고서 안에만 담긴 채 컬럼비아호 승무원 전원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게 됐다.


ZERO PPT 캠페인’은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보고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인식 왜곡의 ZERO화’와 ‘눈높이 맞추기’에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깨닫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개인과 기업 경쟁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Writer. 김태은
Hay Group 전무(경영학박사)



[일하는 방식] ZERO PPT, take the idea out
[전문가 칼럼] All That Simple! 현대카드
[생각하는 방식] 좋은 보고서는 어떻게 쓸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00년대 이후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표기업은 어디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애플(Apple)과 구글(Google)을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대표 상품·서비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극도로 단순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순성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바야흐로 ‘단순 경영(Simplicity management)’ 열풍이다. 단순화가 기업 경영의 커다란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미 글로벌 기업 경영의 대세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단순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카드·라이프·캐피탈·커머셜(이하 현대카드)의 단순 경영은 단연 돋보인다.





글로벌 리더의 성공 공식, Simplicity


최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은 지속 성장을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시장 기회 부족이 아닌 조직 내부의 복잡성과 위험회피문화 등을 지적한다는 점이다. 지속성장이 어려운 주된 이유가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부환경의 복잡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잡성은 성장을 저해하는 ‘침묵의 살인자’다. 복잡성으로 야기되는 추가비용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묻기도 어렵다.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인력이나 사업을 더하는 것은 쉬워도 줄이는 건 어렵다. 복잡성이 과도해지면 조직은 외부 환경보다 내부 프로세스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보다 프로세스를 검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 결과 회사는 환경 변화에 점점 둔감해지고, 이에 대한 반응이나 학습 능력도 크게 떨어져 ‘무겁고 뒤처지는’ 회사로 전락하고 만다. 기업이 단순 경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 경영의 적용 범위는 매우 넓다. 회사의 기본 전략에서부터 의사결정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과 성과 관리 등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가격에 맞춘 디자인(design to price point)’이라는 단순한 사업모델 원칙을 고수하고 이를 모든 사업 요소에 적용하는 회사다. 모든 가구 디자인의 출발점은 경쟁사보다 30~50% 싼 가격이며, 제조업체 선정은 이를 충족하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그리고 나서 상세한 디자인이 진행된다.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비용절감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히트 상품인 ‘빌리(Billy)’ 책장은 출시 이후 30년 동안 가격이 절반 이상 낮아졌다.



출처: 이케아 빌리 책장



그렇다면 단순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제대로 하려면 내재화(Embedded)가 이뤄져야 한다. 디자인부터 업무 프로세스까지, 단순화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애플의 단순 경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조직에 내재화했는지를 봐야 한다. “단순한 것이 가장 세련된 것이다(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라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신념이 어떻게 모든 일선 조직에까지 내재화되었을까? 이를 위해 애플은 모든 조직원들이 몇 가지 타협 불가능한 원칙(Non-negotiable principles)을 따르게 하고 모든 일상 업무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간소함의 힘을 믿으며 복잡성을 지양한다”, “우리는 수 천 개의 프로젝트를 거절하게 되더라도 진정 중요하고 의미 있는 소수의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Tim Cook, Q1 2009 Apple Earnings Conference Call, January 2009) 등의 원칙은 이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커뮤니케이션과 Simplicity


다시 말하지만, 단순 경영은 전략이나 사업 모델뿐만 아니라 내재화 과정을 거쳐 조직 문화와 운영 모델로 표현됨과 동시에 전 조직의 일상 업무를 통해 반복된다. 그 일환으로 기업들은 일상 업무의 근간인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극대화된 단순화를 추구하고 있다. 보고(reporting) 프로세스, 보고서 양식은 물론 회의 방식과 문화를 통해서도 이러한 운영 원칙이 발현된다. 


현 야후(Yahoo)의 CEO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구글 근무 당시 매주 70개 이상의 미팅을 소화하는 가운데 성공적인 미팅을 위한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여러 개의 세부 미팅(micro meeting)을 갖는 것’이다. 즉, 30분짜리 한 개 미팅보다 10분짜리 미팅 여러 개를 하도록 유도해서 필요한 의사결정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은 미팅 성격상 화면을 통한 진행이 많은데, 한쪽 벽에는 발표자료를, 다른 면에는 발표자들의 발언 내용을, 또 한 면에는 대형 시계를 설치해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발언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참석자 간에 이해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비 일관적인 사항을 즉시 잡아낼 수 있으며, 시간 엄수를 주지시킴으로써 최대한 효율적인 미팅이 되도록 유도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매일 팀 단위의 ‘스크럼(Scrum)미팅’을 한다. 15분 이내의 짧은 미팅으로 팀 전체가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이 미팅에서는 각 팀원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1)이전 스크럼 이후 내가 달성한 사항, (2)다음 스크럼까지 내가 달성할 사항, (3)내 작업에 영향을 주는 장애 요소와 이슈. 각 팀원이 빠르고 간결하게 요약, 공유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한 사람의 발언 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경우가 없다. 자세한 논의가 필요할 경우에는 ‘가상 주차장(virtual parking lot)’을 활용하는데, 즉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팀원이 조용히 앞에 나가 칠판에 주제를 적어 놓고, 미팅 이후 적어 놓은 주제 관련 팀원끼리 후속 논의를 하도록 한다. 



Simple @현대카드


단순 경영에 있어 국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현대카드다. 상품을 단순화하고 혜택 별로 체계화한 ‘챕터 2’는 단순화를 적용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순 경영을 내재화시키기 위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상의 여러 시도들 역시 업계 리더에 걸맞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쓸 때도 “짧고 쉽게 쓰라”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현대카드의 보고서는 5장을 넘기지 않으며, 결론을 먼저 작성하는 동시에 같은 사항을 반복하지 않는다. 무조건 짧은 게 아니라, 짧지만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마지막에는 결론을 다시 정리해 의사결정자가 고려할 사항을 언급한다. 국내 대기업 중 내부 보고서 작성에 이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무엇보다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최근 사내에 오픈한 ‘렉처룸’ 역시 좋은 사례다. 렉처룸에서는 무선 프로젝터 준비시간이 대폭 줄고, 무선 마이크를 통해 청중의 즉각적인 발언이 가능하며, 노트북·스마트폰에 담긴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두 준비의 효율성, 발표의 몰입도와 이해도,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들이다. 형식상의 혁신 외에도 실질적인 ‘파격’ 역시 눈 여겨 봐야 한다. ‘직급이 사라진 회의 형식과 토론 장려 문화’와 ‘최고 경영자 주체의 타운홀 미팅’은 현대카드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다. 현대카드의 회의실에는 시니어 지정 좌석이 없다. 동시에 본인의 견해를 명확히 주장하는 걸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대부분의 미팅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매우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직원과 CEO가 만나 회사의 비전부터 개인적인 질문까지 캐주얼하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한다.



단순 경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략과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과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를 최고 경영진과 일선 직원까지 일관되게 실행하도록 만드는 내재화가 필요한데, 이는 타협 불가능한 원칙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현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현대카드의 시도와 노력들은 리딩기업으로서 성공 공식을 보여 주는 매우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다. 

  

 


 

 Writer. 정지택

베인 & 컴퍼니 서울 오피스의 시니어 파트너로서 성장 및 신규 사업, 해외 진출, 조직 재구축, 인수 및 합병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미국 Wharton School 경영대학원 및 서울 대학교를 졸업하였고, 한국 공인회계사이다. 
저서로는 <세일즈는 과학이다(공저)>, 역서로는 <고객이 열광하는 회사의 비밀>, <결정하는 조직, 행동하는 조직>, 
<멈추지 않는 기업>, <CEO의 위기 경영>, <1등 기업의 법칙>이 있다. 





[현장스케치] 심플함은 궁극의 품격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