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2관 1층 오디토리움에서는 2012년 첫 CEO 타운홀미팅이 열렸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오디토리움은 한 좌석도 남지 않고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미처 좌석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기꺼이 계단에 방석을 놓고 앉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 보드판에는 오늘도 사장님께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을 비롯해 최근 한 가족이 된 현대라이프 4사의 임직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관객석에는 이제 막 입사한 지 한 달 된 새내기 직원부터 임원진까지, 여러 직급의 사람들이 뒤섞여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임직원들에게 사장님과의 대면은 긴장되고, 설레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정태영 사장님은 그런 임직원들의 마음을 읽은 걸까요. “오늘 표 많이 팔았네?” 라며 첫 등장과 함께 던지신 농담 섞인 멘트에 모두들 박장대소했습니다.
“여러분, 올해 초부터 녹십자 생명보험 인수 합병이 있었고 현재 미국 등 해외 진출 사업으로 정말 바쁩니다. 덜 자고, 덜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요즘 같은 때 바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런데 바깥으로 규모가 커지다보면 걱정되는 게 홈그라운드입니다. 성장과 팽창을 고려하다보면 내실이 부족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성장보다는 내실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성장에 목적을 두다가 위기를 초래하였습니까. 그래서 요즘 저는 기본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먼저 20여 분 간 자신의 근황을, 요즘 회사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한 회사 CEO로서의 고충,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가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사장님은 2~3년 후 급부상할 우리 회사에 대해, 제휴사를 통한 글로벌화의 중요성 등을 설명해주었습니다. 회사가 글로벌해지면 여러분은 브라질 남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인도에서 뱀을 피해 사업을 할 수도 있는 등 여러분에게 다양한 삶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관객석 임직원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도전으로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사장님이 이제부터 Q&A로 진행해보자고 이야기하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는 GE 등 현재 파트너사와의 실질적인 손익 관계, 모바일 카드의 미래에 대한 사장님의 견해를 묻는 다양한 질문들이 자유롭게 흘러나왔습니다.
출근한 지 3주차된 한 여직원은 이전에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 경험을 예로 들며 도처에 깔려있는 여러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는 지에 대해 사장님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사장님은 “월급 받고 사는 게 제일 속 편하다” 라고 말해 관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1996년 멕시코 공장에서 한달에 10억씩 적자가 났던 때가 기억에 납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2003년 한해에 2조 적자를 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둘 다 힘들었지만, 남의 나라에서 10억씩 적자 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2조 적자 나는 것보다 더 괴롭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찾아갈 사람도 없고, 잘 봐주는 은행도 없고 우리는 그저 가치 없는 클라이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2011년 해킹 사건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임무 중 하나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위기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상황을 ‘턴 어라운드’ 해야 하죠.”
사장님은 보드판을 보며 자신이 답변해줄 수 있는 질문들을 뽑기도 했습니다. 업무와 관계없는 아주 개인적인 질문도 많았지만 사장님은 진심과 유머를 담은 촌철살인과도 같은 멘트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이 후에도 계속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변들. 사장님은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간단하게라도 모두 답변을 해주려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현장감을 살려 그날 나온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는?
“현대자동차죠(웃음). 그런데 저는 사실 기계를 별로 안 좋아해요. 자동차를 별로 사랑하지 않아요. 제가 포르쉐 좋아하면 뭐 하겠어요. 좋아한다고 사겠어요? 차라리 안 좋아하는 게 낫겠죠(웃음).”
재치 있는 말로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하고 유쾌했습니다.
자율출퇴근제 어떤가요?
“당연히 싫어하죠.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이런 거 전 별로에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윗사람 눈치보느라 퇴근 못하는 거에요. 저녁 먹고 와서 또 일하고, 윗 사람 남아 있다고 또 못 가고, 그런 문화가 아직도 우리 회사에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그건 우리가 끝까지 싸워나가야 할 적이에요. 그리고 여러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웃음).”
향후 연예기획사 운영 계획은?
“우리 이거 꼭 합시다. 저도 여배우 구경 좀 해보자고요(웃음).”
요즘 채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좋은가요?
“처음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고기를 먹으면 술을 자연히 먹게 되니까요. 한 달만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너무 좋아요. 먹는 육류 양과 술의 양이 확 줄었어요. 작년에는 와인 한병은 마셔야 포만감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두 세잔 만 마셔도 굉장히 행복해요. 근육양은 늘고 체중은 줄었어요. 야채만 먹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요즘에는 배고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콩과 브로콜리에요.”
정치할 생각 있으신가요?
“전혀 없어요. 일단 정치쪽은 연봉이 작죠!(웃음)”
경영자로서 고독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가 시간마다 잡혀 있고 회의 끝나고 돌아서면 전화가 와있고, 메일함은 가득 차있고, 거기다 문자까지… 전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는데 육체적 스트레스는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말에 운동을 해서 월요일에 최상의 컨디션이 되게끔 하죠. 생활에 균형 따위를 버린 것은 오래됐어요. 여러분은 균형 맞춘 삶을 살아야 하지만, 나는 균형 맞게 살 수 없어요.”
바쁜 스케쥴에 인맥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안타깝게도 인맥 관리를 거의 못하고 있어요. 한 달에 점심과 저녁 약속을 통틀어 보면 지인과의 잡은 건은 두 개, 세 개 정도밖에 안 될 정도에요. 사실 이건 나에게 가장 바보 같은 일이에요. 십년 전에 비해 인간 관계가 대단히 좁아졌어요.”
사장님은 굉장히 멋쟁이신데, 개인 스타일리스트라도 있으신가요?
“우리 와이프의 불만은 결혼해서 내 양말 하나도 산 적이 없다는 거에요. 선물 들어오는 것도 제가 다 남들 주죠. 저는 개인의 취향이 아주 강한 편이라 양말, 벨트 하나도 제가 직접 사야 해요. 출장 갈 때도 제가 가방을 싸요. 여직원들! 결혼해서 남편 위한답시고 뭐 사지 마세요. 여자는 남자의 패션을 결코 이해할 수 없어요(웃음).”
2~3년 전에 출간된 <회사가 희망이다> 라는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대화는 관심의 주고받음이다. 생각의 나눔이다.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중략) 질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사교 도구다. 강의가 끝난 후 강사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은 당신의 강의가 좋았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최고의 결례는 뚱한 채로 아무 질문 없이 앉아 있는 것이다.”
사장님의 마음도 그러했을까요. 1시간 반 가량의 타운홀미팅이 끝날 즈음 사장님은 말했습니다.
“질문을 많이 해줘서 참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질문하지 않았다면 괜히 내가 일 잘하고 있는 사람들 불러놓고 훈시나 두는 격이 됐을 텐데 오늘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 것은 여러분들입니다.”
오랜만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 실컷 수다를 떨었을 때의 속시원함, 그리고 마음 한켠의 훈훈함. 행사는 끝났지만 그 감정은 한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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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ceo 2012/03/30 1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넥타이 다 풀어헤치고 대화하려는 모습에 CEO같지 않은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직원들도 편안하게 질문 하는 모습도 신선한 충격이에요.
특히 정치 할 생각 없으신가요..? 하는 질문.
재치있네요.
와우~ 2012/04/01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다는 거 정말 좋은거 같아요!!!
나도 이런 회사 가고픕니다...ㅠㅠㅋㅋ
병장 2012/04/01 2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다 하신다니..
엄청 부지런하신 듯..
하긴, 부지런 해야 CEO도 하겠지요..
나도 부지런 하게 살면.. CEO될려나??
ㅋㅋ
지방 투어까지 가시니 정말 바쁘시겠죠? 그래도 직원들에게는 CEO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시간이랍니다^^
병뚜껑 2012/04/01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현장속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네요!
사장님하고 회사얘기 터놓고 하는 기분!
느껴보고싶어서요!ㅋ
취업준비생 2012/04/02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참 힘드네요...
이력서를 넣어도...
면접을 보아도...
저도 언젠가는 이런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저분들 처럼
생활하고 싶네요..
이런 회사.. 부럽습니다!!!!ㅠㅠ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답니다^^화이팅!
이땅의 교사 2012/04/04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업은 잘 될지 몰라도... 이 땅의 아이들, 청년들은 죽어가네요...
이땅의 교사 2012/04/04 1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참! 어제 그동안 써 오던 현대카드 해지했어요...
와우 2012/04/26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혁신이네요!